치킨 버스를 타본 적 있니?

빨간 치킨버스



오늘은 과테말라의 꽃이라고 불릴 수 있는 안티구아 시내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안티구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과테말라시티에서 북서쪽으로 25키로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옛 과테말라 수도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건설되어 200년 동안 수도의 역할을 하였으나, 1773년 대지진 이후 파괴되어 수도를 현재의 과테말라시티로 옮기게 되었다. 안티구아는 비록 대지진 당시에 큰 피해를 많이 입었으나, 예전 모습이 남아 있어 유럽 소도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이다. 과테말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 치안도 잘 되어 있어서 도보로 안티구아 시내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이 참 많은 도시였다.


지난번에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내가 있었던 산미구엘 두에냐스에서 안티구아까지는 치킨버스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Do you know 치킨 버스?


치킨 버스는 닭장에 있는 닭들처럼 사람들을 버스에 꽉 채워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느 노선버스인지는 버스 위에 출발점과 도착점 그리고 중간 경유지가 쓰여 있다. 출발점과 도착지점 사이에 웬만한 정류장은 거의 다 정차한다. 치킨 버스는 미국에서 쓰였던 중고 스쿨버스를 개조하여 만든 차인데, 차마다 아주 현란한 데코레이션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에어컨 따위는 없고, 창문을 열고 다녀서 앞차에 매연이라도 뿜어져 나오면 매연을 온몸으로 맞아야 한다. 버스는 회사 소속으로 된 것이 있는가 하면 내가 주로 이용했던 치킨 버스는 기사님이 버스 주인이시라 매일 매일 쓸고 닦아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초록창에서 치킨 버스를 치면 안전성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 교통수단으로 나온다. 중간에 강도를 만난다느니 소매치기를 만난다느니 하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많아서 처음에 치킨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이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물론, 나는 문제 없이 타고 다녔으니 괜찮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는 없지만, 절대로 못 타는 정도의 레벨은 아니었다. 여행 내내 소지품의 안전을 위해 자물쇠로 가방을 잠가 놓고 다니는 등 긴장을 늦추지는 않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치킨 버스는 다니는 노선의 동네 분위기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고, 이용하는 노선의 버스 기사님과 짝꿍인 차장님들을 잘 알아 두는 게 심리적 안정에도 좋은 것 같다. 


두에냐스 안티구아행 노란 치킨버스



내가 살았던 두에냐스에서 안티구아 노선은 비교적 안전한 동네이고 동네 길이라 다행히 문제없이 다닐 수 있었다. 나중에 두에냐스를 출발하여 과테말라시티까지 치킨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이건 강도나 소매치기 같은 치안의 문제는 두 번째고, 일단 멀미 나서 나 자빠지는 수준의 롤러코스터급 운전을 경험하였다. 과테말라시티까지 가는 길이 커브가 심한 산길이 초반에 펼쳐졌는데 그 곡선을 시속 90km 정도로 버스가 달려서, 이건 뭐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매달려 가는 레벨 이었다. 손으로 앞 좌석 핸들을 꽉 잡았음에도 코너를 돌 때마다 몸이 옆 칸 좌석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강제로 팔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구간을 타는 분이 계시다면 마찰력 좋은 옷을 입고 타시길 권유한다.  


버스 안



한 가지 치킨 버스를 타면서 놀랐던 점이 여자, 노약자, 어린이한테는 특별히 더 차장님이 배려하여 짐도 들어주고 차를 타고 내릴 때 도와 주었다는 점이다. 어느 날인가 버스 타는 시간을 잘 못 맞춰서 50미터 앞에 버스가 지나가는 걸 보고 놓칠까봐 미친듯이 뛰었는데, 기사님께서 아침부터 백미터 달리기 하는 날 사이드 미러로 발견하셨는지 출발 안하고 기다려 주셔서 무척 감사했던 적이 있다. 내가 헉헉 되면서 "Gracias!" 라고 인사하자 기사 아저씨는 아침부터 뛰느라고 애썼네 라는 눈빛으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어쨌든, 집을 나와 엄마와 함께 안티구아행 치킨 버스를 탔다. 치킨 버스가 출발하자 차장 아저씨가 돌아다니면서 돈을 받기 시작한다. 


"Dos(2명)" 

"Gracias!"


엄마는 익숙하다는 듯 스페인어로 2명이라 말하며 8케찰(편도 1인 4케찰, 약 600원정도)을 내밀었다. 엄마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쓰는거 보니 뭔가 귀여우면서 대단해 보였다. 버스비는 잔돈도 잘 거슬러 주므로 돈을 딱 맞춰서 줄 필요는 없다. 자리는 오른쪽 왼쪽 성인 3명씩 앉을 수 있는 정도의 자리인데 사실은 4명씩 애들까지 5명씩 다닥다닥 붙여서 앉는다. 


'아 맞다 나 지금 치킨 버스 탄거지!'


그렇게 버스는 안티구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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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댓글  수정/삭제 Favicon of https://blogernina.tistory.com 뷰티블로거니나
    2019.02.21 08:59 신고

    우아 버스 완전 신기하네요!!!
    그리고 사진 직접 찍으신건가요???
    사진 정말 고퀄 ㅠㅠㅠ 완전 금손이시네요

    •  수정/삭제 Favicon of https://nomadicjulie.com 노마딕 줄리
      2019.02.21 17:55 신고

      소매치기 걱정에 카메라 챙겨 가지도 못했어요. 핸드폰으로 찍은건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종종 니나님 블로그 방문할께요. 뷰티템 글 기다리겠습니다.

노마딕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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